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유세 중 손짓하고 있다. 투손=AP 연합뉴스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州)의 소도시 스프링필드가 이민자를 겨냥한 테러 위협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티 출신 이주민들이 미국인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발언한 지 이틀 만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고 기성 정치인들까지 퍼 나른 황당무계한 괴담이 지역사회 공동체에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프링필드시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시 전역에서 여러 시설에 대한 폭탄 (테러) 위협이 발령됐다"며 시청을 일시 폐쇄하는 등 각지에서 시민들 대피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부터 학교를 포함한 다수의 공공기관과 언론 매체 등에 테러 협박이 담긴 이메일이 전송됐다는 설명이다. 롭 루 스프링필드시장은 "(이메일에) 우리 지역의 이민자와 아이티인을 향한 증오의 언어가 쓰였다"고 미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테러 위협에 불을 댕긴 것은 지난 10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뱉은 '이민자 반려동물 취식' 발언이었다. 음모론의 시작은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 출신 이주민이 스프링필드에서 고양이를 죽이고 먹은 것이 목격됐다'는 한 페이스북 게시글이었다. 이는 최근 불법 이민자 급증에 따른 반(反)이민·혐오 정서에 힘입어 SNS에서 널리 소비됐다. 스프링필드에는 지난 3년간 아이티계 이민자 약 1만5,000명이 유입됐는데, 이는 시 전체 인구(5만8,000명)의 4분의 1에 가까운 숫자다. 미국 전체 아이티 출신 이민자는 105만 명 정도다.
시와 경찰 당국이 "이민자들의 학대 주장을 믿을 만한 보고가 없다"고 일축했음에도 무용지물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 등 정치인들의 입을 타고 옮겨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가세한 셈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증오를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오물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조차 "(반려동물 취식) 증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 유세에서도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훔친다"며 허위 주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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