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어제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 2월 연예기획사 SM을 놓고 인수경쟁을 벌이던 하이브가 SM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자 이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높게 조종하는 데 직접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까지 갈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1998년 인터넷 게임 포털 한게임 창업 후 네이버와 합병하고, 2008년에는 카카오톡을 출시하면서 ‘벤처 성공 신화’의 대표 인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후 기술혁신보다는 외부 투자를 받아 인수한 계열사를 손질해 기업공개로 돈을 버는 식의 문어발 확장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나 스타트업 아이디어·기술 탈취 등 논란이 줄을 이었다. 사내 관리도 허술해 건설사업 수의 계약, 일부 임원진의 스톡옵션 관련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까지 불거졌다. 급기야 지난해 11월에는 대통령이 직접 카카오 가맹 택시 수수료 횡포를 질타하기도 했다. 검찰은 주가조작 외에 드라마 제작사 고가 매입,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블록체인 플랫폼 임원 횡령 배임 등도 수사 중이다.
창업자 구속으로 계열사 128개를 거느린 재계 순위 15위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주가조작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카카오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카카오는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김 위원장의 직책을 바꾸고 계열사 경영진을 교체하며 쇄신을 약속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기술 개발보다 성과가 쉽게 나오는 인수·합병과 주가 관리에 주력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김 위원장이 한게임과 네이버 합병 후 설립한 NHN 공동대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카카오톡을 개발했던 ‘벤처 정신’을 회복하고, 혁신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만이 카카오가 위기에서 벗어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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