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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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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판 달구는 ‘자동차 노조 票心’…바이든 좌불안석, 트럼프도 구애

‘친노조’ 앞세웠던 바이든, 전기차 정책 반발 차노조에 좌불안석
그 틈타 트럼프 자동차 노조 상대로 연설 계획
바이든, 트럼프 경합 지역 미시건 하루 차이로 찾기로

미국 자동차 업계와의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공동 파업에 나선 전미자동차노조(UAW)가 22일(현지 시각) 파업 확대를 선언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자동차 노조 등 ‘블루칼라 표심(票心)’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평소 ‘노조 친화’ 정책을 내세웠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에 반발한 UAW가 바이든에 대한 지지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을 틈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노조 관련 행사 참석을 예고하는 등 노조 구애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통 지지 기반을 되찾으려 분주한 반면, 공화당 주자들은 바이든과 자동차 노조간 사이가 소원한 것을 기회로 삼고 그 틈을 더 벌리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건주 버튼의 GM 공장 밖에서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건주는 지난 2016년 자동차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거 표를 모아주면서 그의 당선을 이끈 지역이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곳에서 승리했다. /로이터

숀 페인UAW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 연설을 통해 파업 참가 사업장을 20여개 주에 걸쳐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의 38개 부품공급센터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UAW는 일주일 전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따라 일자리 감소 우려 등을 이유로 GM(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빅3′를 상대로 부분 파업에 돌입했었다.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 공장에서 노조가 동시에 파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주 파업 개시로 전체 조합원 14만6000명 가운데 9% 정도인 1만2700명이 참여했었는데, 이번 파업 확대로 총 5600명이 파업에 추가로 합류하게 돼 파업 조합원이 총 1만8000여명이 됐다. CNN은 “확대된 파업 인원은 전체 조합원의 약 13% 가량에 불과하다”며 “UAW 파업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UAW는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조직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초부터 전기차 육성 정책 드라이브를 걸자 지난 5월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우대 정책이 내연자동차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전기차라는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충분한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에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는것이다. 로이터는 “14만 5000명 규모에 이르는 UAW는 미시간이나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 지역에서 승리의 키를 쥐고 있다”며 “노조는 내년 재집권 플랜의 핵심”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월 GM 디트로이트 공장을 찾아 전기 픽업트럭인 ‘허머EV’를 시승하고 있는 모습. 이 차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만든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말 GM과 포드 공장을 모두 방문했고, 전기차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1등 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전기차 등 친환경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면서도 내년 대선을 위해선 기존 레거시(내연기관) 자동차 노조의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기차 전환 정책을 지금 속도로 강행하면 기존 내연기관 노조의 계속되는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노조 측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여 전기차 전환에 속도 조절을 할 경우 IRA 등 정책 성과 및 효과가 낮아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UAW의 파업이 더욱 확대·장기화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바이든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줄리 수 노동부 장관 대행과 진 스펄링 백악관 선임 보좌관을 디트로이트에 보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와 노조 간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는 26일 미시건주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피켓 라인(picket line)에 동참하기 위해 미시간으로 가겠다. 그리고 자신들이 창출에 일조한 가치의 공정한 몫을 얻고자 싸우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남성 및 여성 (조합원들)과 연대하겠다”고 했다. 피켓라인은 파업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시위 대열을 뜻한다. 현직 대통령이 노조의 피켓라인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또한 오는 27일 공화당 경선 후보들간 2차 토론회에 불참하고 미시건주 디트로이트를 찾아 전현직 노조원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설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정책 폐기를 내걸면서 노조의 표심 구애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500명 이상의 노조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현재 파업 중인 자동차 노조원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건주는 지난 2016년 자동차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거 표를 모아주면서 그의 당선을 이끈 지역이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곳에서 트럼프에게 17% 표차로 승리했다.

다만 UAW는 트럼프와 선을 긋고 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최근 노조의 투쟁 대상이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경제와 억만장자 계층”이라고 언급하는 등 트럼프를 비판했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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