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를 되찾기 위해 진행 중인 '대반격'에 관한 서방 평가가 점점 냉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NN은 8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빼앗긴 영토를 탈환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미국과 서방 고위 관리들의 평가를 종합 보도했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군 기갑훈련 참관 후 미군 지휘관들과 회동하고 온 마이크 퀴글리 미 하원의원은 "우리가 받은 브리핑은 정신을 매우 번쩍 들게 하는 것"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어려움을 상기하게 됐다, 지금이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CNN에 밝혔습니다.
서방 고위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몇 주동안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룰 기회가 있는지 여전히 지켜볼 것"이라면서 "하지만 실제 전쟁의 균형을 바꿀 만한 진전을 이뤄내는 것은 내 생각에는 극도로,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이 방송에 말했습니다.
서방의 고위 외교 당국자는 "러시아군은 겹겹의 방어선을 갖추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7~8주간 1차 방어선조차 돌파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주를 더 싸운다 해도 이미 약화한 군사력으로 갑자기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고 덧붙였습니다.
■ 젤렌스키 "장비 부족으로 어렵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반격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군사)장비가 부족할 때 매우 어렵다"고 지난 6일 공개된 중남미 매체 공동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진격이 더딘 이유는 서방의 더 많은 첨단 무기가 제 때 인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봄에 (반격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하지 않았다"면서 "솔직히 우리는 충분한 군수품과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고, 첨단 무기 시스템 훈련을 받은 병력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BBC 인터뷰에서는 "(전황 전환이) 생각보다 느리다"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할리우드 영화처럼 여기고 당장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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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 방어선 돌파 과제
8일 CNN은 동부와 남부 축선에서 러시아의 다중 방어선을 뚫고 전진하는 것이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과제라고 해설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 수만개의 지뢰와 광범위한 참호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고 방송은 평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들은 일 부대를 재편하거나 퇴각시켜 병력 손실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고위 관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이 직면한 어려움을 알고 있으나, 새로운 진전을 희망한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 관리는 "미국도 우크라이나도 반격이 원하는 것보다 힘들고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모종의 진전을 이룰 시공간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 전투 조건 악화 예상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기상 상황 등 전투 조건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겨울 전선이 정체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름이 지나면 우크라이나군이 전진할 기회는 줄어들 거라는 게 서방 관계자들의 평가입니다.
여러 당국자들은 날씨와 전투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을이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전진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군을 연합 기계화 전투부대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드러났고, 서방이 공급하는 탱크와 첨단무기 체계를 훈련하는데 불과 8주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미군 고위 관계자는 CNN에 설명했습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 본토 공격 등으로 러시아의 취약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렇게 무모한 공격을 감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더딘 반격 속도"라고 지적했습니다.
CNN은 서방의 최근 평가가 '대반격'이 시작될 때의 낙관론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방 관리들은 초기의 낙관론이 '비현실적'이었으며, 현재의 비관적 평가는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포함한 평화협상을 강요하고 있다고 방송은 평가했습니다.
■ 독일, 폴란드 패트리엇 방공망 배치 연장
독일이 폴란드에 배치한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의 주둔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할 방침입니다.
독일 국방부는 8일 성명을 통해, 폴란드에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올해 1월 독일은 폴란드 남동부 자모시치에 패트리엇 미사일 3개 포대와 병력 300여 명을 배치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인근 프로제보도우 마을에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숨진 사고가 발단이었습니다.
해당 사고는 우크라이나의 오발로 가닥이 잡혔지만, 그럼에도 동유럽 확전 우려가 고조되자 독일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50km 떨어진 자모시치에 방공 미사일을 최대 6개월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연장 이유에 관해 독일 국방부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동부 측면과 민간인 보호에 가치 있는 공헌을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의 안보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벨라루스가 폴란드 인근 국경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하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벨라루스와 맞댄 국경에 군 병력을 증파한다고 밝혔습니다.
■ 공급 부족 "이후 연장 없어"
폴란드는 독일에 꾸준히 패트리엇 배치 연장을 요구해 왔습니다.
지난달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폴란드 자모시치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독일 측은 해당 요구에 즉답을 피했지만 결국 연장으로 결론을 낸 것입니다.
다만 독일 측은 "2023년 이후의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배치)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내년엔 3개의 포대 중 일부는 유지 보수하고 나머지는 나토 신속대응군에 배치해야 한다는 이유에 따른 것입니다.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는 현재 나토 전체 수요에 공급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